캐나다 연방 프로세스

영주권을 받고 12일이 지났다 - 전체적인 소회

비비전 2021. 11. 11. 06:36

eCoPR을 받고 10일이상이 지났다. 지금은 PR 카드를 기다리고 있다. 이 전에도 썼지만, 뭐 PR 카드는 해외에 나가는 경우는 당장 필요하다. 뭐 출장이 아니면 당장 해외에 나갈 일은 없다. 코로나도 그렇고.

eCoPR을 받고 나서는 약간 붕 뜬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약간 허탈하다. 연방서류를 접수하고 왜 그렇게 내가 집착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의 타임라인을 tracking하고 여기 티스토리에 이렇게까지 포스팅을 하고 캐나다 포럼에는 Champion Member까지 되고 했을까 한다. 지금 돌아보면 영주권을 받는데 가장 중요한 순간은 2번 있었다. 이 회사에 취직했을 때와, 그리고 OINP 국제학생 스트림에 접수했을 때이다. 그 이후에는 시간이 해결해주는 거였다.

다행히 감사하게도 나는 좋은 회사에 취직해서, 영주권을 받아서 빨리 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도 아니다. 지금 내 커리어를 위해서 이직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 만큼 페이를 해주고 이만한 업무환경의 회사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거의 집착에 가깝게 영주권 프로세스를 챙긴 건 이 영주권 진행이 너무 간절해서 였을꺼다. 컬리지를 졸업하고 정말 막막했다. 영어점수가 필요한 일반적인 영주권 프로세스는 나이가 많은 내게는 불가능했다. 거기다가 취직도 어려운데, OINP에 맞는 NOC 코드의 잡을 찾아야 했고 회사가 OINP을 진행할 수 있도록 서류를 지원 해줘야 했다. 정말 운이 좋게 들어간 첫회사 Bombardier에서는 여러경로로 4~5번의 시도끝에 회사 정책상 OINP 서류를 지원해 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과 상관없이 서류를 지원해줬더라도 내가 영주권 딸 때까지 그 회사에서 일할 수 없었을 꺼다. 1년후에 레이오프 되었으니까.

첫직장에서 레이오프 되고 거의 6개월간 EI를 받으면서 잡서치와 영어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 때 가장 영어가 늘었던 것 같다. 이 시기에는 모든 사람들이 부러웠었다. 한번은 교차로에 광고를 내려고 갔는데 거기 리셉션에 앉아 계시는 아주머니가 얼마나 부럽던지... 참...

우리 와이프가 정말 대단했다. 여름이었다. 레이오프 되고 위축된 나를 자꾸 끄집고 밖으로 나갔다. 돈이 없으니 직접 도시락을 싸서 자꾸 나갔다. 공원으로 토론토 아일랜드로. 따뜻한 햇살아래에서 좋은 기운을 받으라고. 평일 날씨가 정말 좋을 때 토론토 다운타운의 호수 근처에 자전거를 가져가서 타고 벤치에 앉아 멀리 호수를 보면서 어떤 분의 거리공연을 들었던 좋은 시간은 잊을수가 없다. 정말 좋은 데이트였다. 그리고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점점 긍정적인 기운이 돌고 차라리 잘 되었다. 회사에서는 영주권 서류도 지원해주지 않고 어차피 나왔어야 했다. 잘 된거다라고.

그리고 지금 매니져가 Linkedin으로 연락이 와서 인터뷰를 해보지 않겠냐고 했다. 인터뷰를 하고 잡오퍼를 받고 OINP를 위한 서류를 회사로 받고. 이 회사도 내가 필요해서 뽑았지만, 정말 매니져가 Linkedin으로 내게 연락한 것은 천운이었다. 영주권 기회가 점점 사라져가는 시기였으니까. 그 시기에 새로운 영주권 프로그램인 RNIP를 위해 온타리오 북쪽에 North Bay나 서드베이로 옮겨야 하나하고 잡서치를 하고 있었다.

2020년 1월에 일은 시작하고 이제나 저제나 OINP 국제학생이 오픈되길 목이 빠지게 기다렸고 그리고 3월에 손을 벌벌 떨면서 접수를 했다. 선착순 접수였고 시스템 불안정으로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나는 5월까지가 OINP 국제학생 자격이 되었다. 그 기회를 놓쳤으면 생각하기도 싫다.

거기까지가 영주권을 위한 노력이 끝났다. 그 이후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이만한 회사가 없고 바로 이직할 생각도 없었는데, 왜 그렇게 영주권 프로세스에 목 맸는지 모르겠다. 단톡방의 많은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더 빠져들게 된 것 같다. 그 에너지를 다른 곳에 썼으면 더 나았을텐데. 그런데 쉽지 않았을꺼다. 워낙 영주권 진행에 감사했고 관심있었으니까.

그런데, eCoPR를 받고도 계속 PR 포털, IRCC 계정을 왔다갔다 한다. 횟수는 많이 줄었지만, PR 카드까지 받고나면 많이 허전할 것 같다. 그 빈공간을 의미있게 채워야 하는데. 다시 이 일을 겪어도 똑같이 집착했을 것 같다. PR Card 받고 이 늪에서 잘 빠져나와 건설적인 캐나다 삶을 만들어 나가야겠다.